공지, 뉴스 / 공지사항

2026년도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국제적십자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ICRC)와 국제적십자사연맹(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 IFRC) 이 아래와 같은 공동 메시지를 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려는 마음은 인류의 본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삶의 모습도, 마주한 위기도 서로 다르지만,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대가 어느 편에 서 있든, 어떤 민족에 속해 있든, 어떤 믿음을 가졌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은 모든 도덕과 종교의 전통 속에서 소중히 여겨져 온 보편적인 가치입니다. 국제적십자운동은 바로 그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859년, 솔페리노 전투의 포성이 멎은 뒤, 인근 카스틸리오네 마을의 여성들은 우연히 그곳에 머물고 있던 한 외국인 사업가와 함께 전장에 남겨진 죽어가던 병사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편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카스틸리오네 마을 사람들은 “투티 프라텔리(Tutti fratelli), 모두가 형제입니다”라고 말하며 부상병들을 돌보았습니다. 작지만 단호했던 그 돌봄의 행동에서 국제적십자운동이 탄생했습니다.

 

오늘날 국제적십자운동은 191개국에서 약 1,700만 명의 봉사원과 직원, 그리고 전 세계 28만 9천여 개의 지역 조직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봉사원과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은 우리가 함께하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지난 한 해에도 이들은 분쟁의 한복판에서 활동했고, 지진과 폭풍으로 무너진 잔해 속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했습니다. 이재민 캠프에서는 진료소를 운영했고, 수감자를 찾아갔으며, 헤어진 가족들이 다시 연락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새 생명의 탄생을 함께했고, 헌혈 캠페인을 운영했으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수영을 가르쳤습니다.

 

가장 암울한 재난의 순간에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모든 현장에서도, 우리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곁에 있습니다. 그들이 낯선 사람이든, 가까운 이웃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국제적십자운동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과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무력 분쟁은 늘어나고 있으며, 자연재해는 발생빈도와 피해 규모 모두에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법, 국제인도법에 대한 존중 또한 약해지고 있습니다. 군사적 필요나 정치적 편의라는 이름으로,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점점 더 쉽게 무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기본 시설들마저 정당한 공격 대상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적십자 봉사원과 직원들 역시 그 피해를 직접 겪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에도 많은 이들이 임무 수행 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운전원이었고, 구호 요원이었으며, 재난과 위기의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인도주의 활동가였습니다. 오직 적십자 보호 표장만을 달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들의 헌신을 기억하며, 가족과 동료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깊이 애도합니다.

 

국제적십자운동 활동가 여러분!

우리는 이들의 희생을 개별적인 사건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는 인간성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징후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타인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직 힘만이 중요하고, 원칙을 지키는 것은 순진한 일이며, 법에 대한 존중은 선택사항일 뿐이라는 주장이 이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모욕과 폭력은 말을 통해서든, 무관심을 통해서든,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을 통해서든 타인의 인간성을 부정할 때 더 쉽게 이뤄집니다. 양심의 제약 없이 힘을 행사하는 일도 더 쉬워집니다. 바로 그때, 이 세상은 모두에게 더욱 잔혹한 곳이 될 것입니다.

 

국제적십자운동은 바로 이러한 비정한 논리에 맞서고 있습니다. 우리는 편의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옳은 일을 행합니다. 우리의 활동은 약 170년 전 카스틸리오네의 여성들이 보여주었던 바로 그 마음으로 오늘도 다시 시작됩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려는 의지와 용기,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전 세계 적십자 봉사원과 직원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을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분열과 폭력, 그리고 인간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도 여러분이 하루하루 이어가는 활동은 인도주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세상에 다시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그리고 언제나, 우리 모두 인도주의로 하나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