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및 정책

– 우선 전쟁법을 복원하라

오늘날의 복잡한 무력충돌 상황 속에서는 제네바협약에 새겨진 인도주의적 가치가 자주 간과되곤 한다. 제네바협약의 기본 원칙이 존중받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지역은 혼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파리와 같은 서방 도시의 시민들은 두려움 속에 살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피난 중이다. 우리의 눈앞에 전례 없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극에 달했을 때의 모습이자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하다.

5년간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분쟁은 사람들에게 고통뿐만 아니라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

오늘날의 분쟁은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로 인해 민간인과 민간시설이 입는 피해는 매우 심각하며 그 영향 또한 오래간다. 더욱이 그 여파는 분쟁지역뿐만 아니라 그 주변 지역으로도 번져 나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계속 무관심한 상태로 있을 수 있을까? 무력분쟁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단기적이거나 임시처방적 해결책은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국제 사회는 그 필요에 걸맞은 대응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제2차 세계대전이 극에 달했던 때와 현재의 차이점은 오늘날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을 심판하고 이를 제한하기 위한 법적 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제네바협약이라는 기준이 있다.

ICRC는 1949년에 제네바협약을 제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했고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가 조인한 이 협약은 20세기의 인도주의 법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업적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 일련의 규칙들은 전쟁에 한계를 둠으로써, 민간인을 보호하고 전쟁터와 그 너머에서 무엇이 용인되고 용인되지 않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국가, 군대, 무장단체들이 제네바협약에 담긴 인도주의적 가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하고 적막한 여파 속에서 우리가 모두 서명한 그 원칙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한다.

지난 4년간, ICRC는 스위스 정부와 공동 주도로 각국 정부와 인도법 이행 및 준수 메커니즘 설립에 관한 폭넓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 메커니즘은 전쟁법의 관련성과 유용성을 지속시켜 나가는 방법을, 각국이 서로 배울 수 있는 장이 되어줄 것이다.

ICRC는 4년에 한 번 제네바에서 200여 개의 정부 대표들과 각국 적십자사·적신월사의 대표들과 함께 현시대의 가장 긴급한 인도주의적 현안을 다루는 국제회의를 갖는다. 가장 최근인 2015년 12월에 열린 회의에서는 현 법률 제도상에서 ‘잃어버린 조각’인 자발적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에 지원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자발적 체계는 성공사례와 기술적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이며 현대의 복잡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제네바협약이 단순히 어떤 목적을 위해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역사적 문헌 중 하나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 협약은 오늘날에도 관련성과 중요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는 이 협약의 규칙들이 의도된 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