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19년 1월 21일 작성 기준)
2019년 1월, 저는 말리(Mali)의 팀북투(Timbuktu)에서 굶주리고 있는 피해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곡식을 수확하는데 실패했고, 아이들은 급조폭발물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들의 깊은 고통에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매우 위태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급조폭발물(Improvised Explosive Devices)은 보통 해당 국가에서 생산되고, 살인이나 부상 혹은 재산 피해나 테러를 목적으로 개조되고 수동으로 배치된 폭발 장치입니다.
저는 서아프리카에서 스위스 다보스로 이동해,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에서 지도자들을 만나 사헬 지역의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알리고자 합니다.
오늘날, 폭력과 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약 1억 2천만 명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예멘과 시리아, 그리고 남수단은 이제 ‘고통’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사헬 지역에 ‘기후 변화’라는 또 다른 싸움 시작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분쟁과 가난 그리고 저개발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원이 희소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생존을 위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기온이 세계 평균 대비 약 두 배로 상승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에 따른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이곳의 취약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사람들의 필요는 증대될 것입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복합적인 역학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 대응하거나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습니다. 긴급 인도적 구호는 항시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높은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올해는 인도적 대응 분야가 전환점을 마주한 해입니다. 여전히 많은 곳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지속 가능한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하고 이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도주의 행동의 보다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중요합니다. 저는 올해 다음 8개 분야에 대한 진전을 통해 인도적 필요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 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분쟁 지대 주목
전 세계 약 80%가 넘는 실향(displacement)과 인도적 수요(humanitarian needs)는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위기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20 지역에서 기인합니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사회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교착상태를 대체할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정치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리아, 이라크, 예멘,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차드호 유역 그리고 사헬지역과 아프가니스탄 및 미얀마/방글라데시는 2019년에도 계속해서 위험 지역(hotspots)에 속할 것입니다.
- 통찰력, 기술 및 자원 확보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깊고 폭넓은 인도적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국제기구 그리고 시민 사회 모두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중립적이고 공평하며 독립적인 인도주의적 공간(humanitarian space)은 여전히 사람들의 삶을 재건(reset) 하고 조정(reconcile) 하기 위한 최고의 장입니다. 또한 인도적 행위자들은 분열된 사회와 안보 문제, 그리고 다면적인 필요의 영역에 있어 이를 위한 노력을 진두지휘하고 다른 행위자들을 이끌 수 있습니다.
지역 단체 및 국제기구들은 서로를 보완할 수 있고, 학계는 비판적 사고와 측정 가능성을 부여합니다. 민간 부문은 경제를 끌어올리고 활성화시키며, 지역 사회의 사업과 역량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을 보유합니다.
(국제)적십자 ·적신월운동은 국제 및 지역적인 노력을 연계하고, 1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인도적) 대응 활동을 확대시킬 수 있는 특수한 힘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유엔 시스템(UN system)은 국가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소집의 힘(convening power)을 보유함으로써 보다 더 많은 지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 구글, 아마존과 세계식량계획 및 ICRC가 개발한 The Famine Action Mechanism은 삶을 위협하는 오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과 전문성을 끌어올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 지속 가능한 조치를 위한 새로운 투자 확보
전통적인 인도주의 재정 모델은 인도적 긴급 지출을 위한 기금 조성을 기반으로 구축됐습니다. 지속적이고 장기화된 위기 사태 및 (지원에 대한) 수요와 실제 지원 사이의 간극이 확대됨에 따라, 전통적인 지원은 지역 사회를 위한 사람과 기술 그리고 수익에 대한 목표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투자를 동반해야 합니다.
2019년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질문은 이해당사자들이 취약한 곳을 지원하기 위한 Humanitarian Impact Bond와 같은 혁신적인 재정 방식에 투자함으로써, 이에 따르는 위험을 부담할 것인가입니다.
*Humanitarian Impact Bond는 2017년, 분쟁 피해국에서 수행하는 인도적 활동을 위한 자금 조달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ICRC가 시작한 기금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의존이 아닌 자립 지원
전쟁의 영향을 받은 공동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피해자들이 구호에 의존하는 것을 권장하는 대신, 이들이 긴급 상황으로부터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상황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몇몇 곳에서는 현금 지원이 물리적 구호 전달을 대체했고, 어떤 곳에서는 소액 대출(microcredit)이 독립적인 경제 활동의 통로를 열었습니다.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긴급 지원이 필요하지만, 보다 더 정교하고 지속성 있으며 향후 그 규모가 확장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새로운 인도적 대응 방식 고안
전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진 것을 감안할 때, 인도주의적 활동가들은 피해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더 깊이 관여하며, 보다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이들은 가장 우선적인 대응자(first responder)로서의 피해자 스스로의 노력을 지원해야 하며, 현지 행위자들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대응 고안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고안된 해결책으로부터 상황에 맞게 더 조정되고, 궁극적으로는 개별화된 지원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 디지털 기회 활용 및 피해 예방
디지털 도구는 이미 원조(aid)의 전달 및 피해자들과의 교류 방식을 바꿔놓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입니다. 2019년의 이슈는 인도적 혜택으로서의 정보에서부터 사이버전에서의 국제인도법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보다 개선된 분석과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기회이자 또 다른 도전과제입니다. 특히 분쟁 지역 내의 사이버 정체성(digital identities)과 데이터 보호(data protection)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합니다.
-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 해결
오늘날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더 자주 마주합니다. 정신 건강 문제와 성폭력에 의한 고통이 잘 알려진 예입니다. 예기치 못한 심각한 인도적 위기 상황이 발생한 후, 약 10-15%의 사람들은 경도 혹은 중증 정신적 질병을 겪게 되며, 최대 약 4%의 사람들은 심각한 정신 질환을 겪습니다. 따라서 인도적 비상사태에서 정신적 건강은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하며, 신체적 건강과 동일하게 중요시되어야 합니다. 전쟁이나 폭력 사태에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일은 상처를 치료하거나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구하는 일입니다.
- 예외 없는 준법
제네바협약은 올해 70해를 맞이합니다. ICRC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본 협약이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고, 민간인에 대한 분쟁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안정과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했음에 확신합니다.
그러나 제네바협약에는 현시대가 직면한 문제를 고려한 해석과 이행이 필요합니다. 2019년, 국제사회가 법에 근거한 무력 사용과 포로에 대한 인간적인 처우, 그리고 민간인 보호에 대한 의무를 다시 한번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무력 충돌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대 테러 작전 혹은 전쟁 당사자들의 군사력 간의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비대칭 전이나 불안정한 치안 상황 또는 공동체 간의 폭력 사태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 사헬은 모리타니아, 말리, 부르키나 파소, 니제르, 차드를 아우르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일컫는 말로, 서부 사헬이라고도 한다.
>> 성명서 원문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