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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정우 지도교수, 유성훈, 이동현. 지난 3월 홍콩에서 열린 지역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들고 있다. [홍콩적십자사 제공]

 대회를 통해 전쟁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력충돌 속에서 사람을 지키려는 법의 논리를 직접 다뤄보는 것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3월, 한국 학생들이 홍콩에서 열린 「제24회 적십자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에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태지역 22개 팀이 참가한 이 국제 대회에서 한국 팀이 우승한 것은 최초였다.

우승의 주인공은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 팀으로, 팀 우승에 더해 소속 이동현 학생이 최우수 변론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오는 10월에는 제25회 아태 지역대회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는 관문인 국내대회가 열린다. 이번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는 팀은 한동대팀에 이어 대한민국 대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국내 대회를 앞두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아태 지역대회 우승팀을 인터뷰해 소감을 듣고, 앞으로의 대회 참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왼쪽부터) 김정우 교수, 유성훈 학생, 이동현 학생, 대회 관계자. [홍콩적십자사 제공]

‘적십자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대회’는 전쟁 중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국제인도법의 정신을 미래의 법조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ICRC가 전 세계적으로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대회는 지금까지 아태지역 24개 국가 에서 1천 여명 이상의 법학도가 참가한 대회로, 아태지역 최대 규모이자 권위 있는 국제인도법 전문 모의재판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국내대회는 ICRC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외교부·법무부·국방부·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이 후원했다.

다음은 한동대 팀으로 대회에 참가한 이동현·유성훈·전민찬 학생과의 일문일답.

아태지역대회 참가자 단체 사진 [홍콩적십자사 제공]

Q.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동현: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변호사에게 변론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이를 갈고닦을 방법을 찾던 중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변론 능력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유성훈: 고등학교 시절 모의재판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어, 로스쿨에 진학한 지금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누나가 2019년 같은 대회에서 국내 우승을 한 것도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타인을 돕는다’는 국제인도법의 가치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전민찬: 정규 수업만으로는 부족했던 서면 작성과 변론 능력을 실전에서 훈련할 기회라 생각해 참가했습니다. 국제인도법은 전쟁이라는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법 영역으로, 그 규범의 역사적·법적 논리를 직접 다뤄보는 것 자체가 큰 가치라고 판단했습니다.

변론 중인 이동현 학생 [홍콩적십자사 제공]

Q. 국내대회와 지역대회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셨는데요, 이 과정에서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동현: 국내대회 우승, 지역대회 진출이라는 목표도 있었지만, 중요했던 것은 매 순간 각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라운드를 거치며 ‘후회 없이 임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유성훈: 팀워크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모든 팀원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 항상 확인했고, 한 사람이 한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서면 작성, 구두 변론, 리서치 등을 고루 맡았습니다.

전민찬: 수개월간 학업과 병행하며 국내대회부터 지역대회까지 소화하는 동안, 서로 격려하되 논점과 논거에 관해서는 냉철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법적 완성도만을 기준으로 삼으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국내대회에서 우승한 한동대팀. (왼쪽부터) 유성훈 학생,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연구소 박은영 소장, 이동현 학생, 전민찬 학생 [ICRC]

Q. 지역대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이나 느낀 점이 있었나요?

이동현: 각국 대표팀이 논리 전개는 물론 제스처 하나까지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저 역시 매 라운드 발전된 모습을 보이려 애썼습니다.

유성훈: 참가한 모든 팀이 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팀이었기에, 매 라운드가 값진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예선에서 가장 긴장했지만 대회가 진행될수록 자신감이 붙었고, 결승에서는 가장 자신감 있는 상태로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전민찬 학생은 건강상의 이유로 홍콩에 동행하지 못해 원격 리서처로 팀을 지원했다.)

변론 중인 유성훈 학생 [홍콩적십자사 제공]

Q. 준비과정 및 실제 변론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이동현: 지역대회를 코앞에 두고 있었던 리서쳐와 변론자의 역할 교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출국 2~3일 전, 변론자를 맡기로 했던 전민찬 팀원이 홍콩에 갈 수 없게 되면서, 유성훈 팀원이 변론자로, 전민찬 팀원은 원격 리서쳐로 대회를 치렀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저희 모두 포기하지 않고 밤낮없이 매진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유성훈: 같은 역할 교체 이야기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함께 쟁점을 조사하고 서면을 준비해왔기에 남은 이틀은 리서치 내용을 구두 변론으로 옮기고 예상 질문에 답하는 연습, 호흡 맞추기에 집중했습니다. 준비란 자신의 역할만 아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전민찬: 국내대회를 준비하며 제가 맡았던 고문(torture) 쟁점에서 가장 애를 먹었습니다. ICC 판례상 고문의 판단 기준은 사안별로 달라지는 데다 유사 선례를 찾기 어려워 논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지만,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이 쟁점이 출제되었다고 생각해 판례 외의 국제 가이드라인까지 폭넓게 조사하며 논리를 세워 나갔습니다.

군 장교, 정부 관계자, 법조인, 학계 인사, 국제기구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홍콩적십자사 제공]

Q. 평소 국제인도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셨나요? 참가 이후 국제인도법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이동현: 기존에는 제네바협약과 뉘른베르크·도쿄 군사재판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며 국제인도법이 각국의 군사 교범에 영향을 미치고, 그 실효성과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유성훈: ‘전쟁에도 법이 있다’는 막연한 개념만 알았을 뿐 실제 규율·집행 방식은 몰랐습니다. 대회를 통해 전쟁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국제인도법이 지켜지려면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분쟁 중에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있고, 막을 수 있는 참사가 있기에, 지도자와 법률가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민찬: 참가 전에는 국제인도법을 거의 몰랐고, 전쟁의 개시를 규율하는 법(jus ad bellum)과 무력충돌 중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제인도법(jus in bello)이 구분된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준비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인식은, 국제인도법이 전쟁을 정당화하거나 도덕적으로 평가하는 법이 아니라 민간인과 전투능력을 상실한 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을 긋는 법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이상론이 아니라 구체적 요건과 판례로 적용되는 실효적 법체계라는 것도 체감했고, 이제는 뉴스 속 무력충돌을 볼 때도 어떤 규범과 보호가 작동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국가 참가자들과 한동대팀 [홍콩적십자사 제공]

Q. 올해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대회 참가를 고민하거나 계획 중인 학생들에게 대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동현: 가상의 무력충돌 상황을 다루다 보니 초반에는 감정이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벌어지는 전쟁과 무력충돌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사안의 중대성을 깊이 인지하고 훨씬 설득력 있는 논변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성훈: 이 대회는 국제인도법 지식을 배우는 것 이상의 경험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팀원들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견을 조율하며 하나의 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이 배웁니다. 법률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법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팀과 함께 끝까지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말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전민찬: 국제인도법을 전혀 몰라도 괜찮습니다.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고, 준비 과정 자체가 곧 공부였습니다. 혼자 잘하려 하기보다 팀에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마시길 권합니다. 서면과 변론 능력은 팀원들과 부딪히며 논거를 다듬는 과정에서 늘어납니다. 무력충돌 속에서 사람을 지키려는 법의 논리를 직접 다뤄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값집니다.

지난해 9월 열린 국내대회. 아태지역대회 출전권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로, 올해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IC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