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가 증가하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의 의료진들은 가장 필요한 일을 위해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산모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향상입니다.
린지 빌링 (Lynzy Billing), 2020년 7월 6일
-이 글은 ‘Foreignpolicy’에 실린 린지 빌링(Lynzy Biling)의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칸다하르 시에 있는 미르웨이 병원. 이곳의 산모병동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분주한 병동 중 하나입니다. 2020년 2월의 상쾌한 아침, 파스텔톤의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산모병동의 외부에 있는 복도를 가득메우고, 병동으로 들어가기 위해 소리칩니다. 분만을 마친 여성이 담요 위에 갓난아기와 함께 누워있고, 빈 침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여성은 문에 단단하게 고정해 놓은 의자에 걸쳐 앉아있습니다. 그들은 몸으로 밀어 문을 열었고, 이제 어머니가된 여성은 아기와 함께 군중 속을 헤쳐나옵니다. 복도는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로 가득합니다.
시타라 하비비(Sitara Habibi, 35세)는 반짝이는 눈을 가진, 강단있는 조산사로, 산모병동을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그녀는 24시간 동안 계속되는 출산을 지원하고, 칸다하르지역 부족출신의 젊은 엄마들을 진찰하느라 이제서야 2회 차의 교대근무 막바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비비는 산모의 복부 팽창정도를 확인한 다음, 다른 환자의 정맥으로 들어가는 수액주머니를 교체합니다. 그녀는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환자의 친지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것과 동시에 이 모든 진료를 진행합니다. 하비비는 정부가 운영하는 미르웨이 (Mirwais)병원 내 38명의 산모 중 한명입니다. 그녀는 7년간 병원에서 일하면서 수천명의 새생명을 받아냈습니다.
조산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 입니다. 그들은 가장 열악한 시골지역에서도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합니다. 하비비는 그녀의 직업에 대해 ”저는 조산사가 되어 우리 지역 여성들을 위해 일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조산사는 몹시 필요한 직업이거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40년의 전쟁을 치르면서, 국내 의료시스템의 붕괴 및 과부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의료서비스는 분쟁의 영향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한된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조약이 체결되었음에도, 폭력사태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 폭력의 양상은 산모병동과 의료진들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미르웨이병원 역시 그러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2016년 두명의 전투병이 의사처럼 옷을 입고, 병원 복도를 활보했고, 한명의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에만 아프가니스탄 내에 의료시설 및 의료진에 대한 공격이 119회나 있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번 해 5월 12일 무장세력이 카불 내 다스 에 바치 (Dasht-e-Barchi)병원의 산모병동을 공격했습니다. 24명이 사망했고, 그 중 16명은 산모, 2명은 갓 태어난 아기 그리고 1명은 조산사였습니다. 아기를 포함한 20명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공격은 4시간동안 지속되었고, 10명의 여성들은 몸을 피할 수 있었지만 16명의 산모 중 한명은 몸을 피할 수 없어 희생되었습니다: 3명의 산모는 분만실에서 숨졌습니다. 공격이 일어난 산모병동을 운영하던 국경없는 의사회는 병동운영을 중지하고 병원에서 철수했습니다. 이로써 지역여성들에게는 더이상 응급시에 출산과 관련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길이 없어진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심화되는 폭력사태는 의료시설의 서비스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미르웨이 병원은 탈레반이 정부세력과 격렬히 전투를 벌이는 지역을 포함한 다섯개 지방 내 600만명의 환자를 치료합니다. 미르웨이 병원은 1997년부터 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 국제적십자위원회)로 부터 의약품, 의료장비, 트레이닝 등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재는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가장 큰 규모로 외과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입니다. 이곳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계속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중심부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병원은 매일같이 3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약 90명의 산모의 출산을 돕습니다. 2019년에만 미르웨이 병원에서 27,000명 이상의 새 생명이 태어났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 출산의 3분의 2는 아직도 가정집에서 이루어집니다. 많은 시골지역의 여성들은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갖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수 십년동안,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모자사망률이 높은 나라입니다. 특히, 3%만이 숙련된 조산사에 의해 분만을 진행하는 시골지역에서는 사망률이 더욱 높았습니다. 산후 출혈은 이러한 사망률을 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미르웨이 병원의 또 다른 조산사이자 3명의 아이를 둔 마지아 아지미 (Mazia Azimi, 30세)는 “몇몇 여성들은 여전히 집에서 출산을 합니다. 병원이 멀기도하고, 또 마땅한 교통편이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출산이 이루어지면 출혈과 같은 어려움이 빈번히 일어나고, 많은 경우 산모와 아기가 죽기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이러한 어려움은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20년동안 조산사의 증가는 모자의 생존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 모자사망률은 2002년 100,000명 당 1,600명에서, 2017년 638명으로 떨어졌습니다(다른 기관에서는 가장 최근에 100,000명 당 400명으로 떨어졌다고 추정합니다).
조산사들의 예상과 같이, 최근 몇년 사이 미르웨이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수가 증가하였습니다. 조산사 하비비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칸다하르 지방 곳곳에 사는 여성들이 우리가 분만 병동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환자들은 모두 여기로 옵니다. 어떤 사람들은 몇일을 걸려 병원에 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모든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미르웨이로 옵니다.” 그녀는 이어서 “병원의 환자 수용능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침상은 꽉 차있고, 분만 병동의 침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외과의사들은 연이어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어쩔 때는 두명의 여성을 동시에 수술하기도 합니다. 의료지침을 항상 따를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조산사 한명이 네명 혹은 다섯명의 출산과정을 지원해야하기도 합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미르웨이 병원은 각 고장에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환자들을 받곤 합니다. 특히, 의료진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 사람들의 경우도 있습니다. 조산사 아지미는 “미르웨이 병원의 조산사들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많은 여성들의 목숨을 살렸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언급한 어려운 상황은 때때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합니다. 아지미는 “어떤 가족들은 임산부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혹은 병원이 너무 멀기 때문에 여성들이 찾아올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임산부가 가진 어려움을 제때 해결해줄 수가 없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산사들의 업무는 분만 병동 지원을 넘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질병 예방과 모유수유 안내 및 가족계획 등과 같은 출산에 관련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보수적인 칸다하르 지방에서는 이러한 지원을 하는 것 조차 쉽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 이러한 활동은 조산사에게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여성의 출산과 건강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 것만으로 보수적인 커뮤니티가 조산사들을 위협하거나, 심지어 여성의 가족들이 조산사에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아지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떤 조산사의 가족들은 이들이 일터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산사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병원에 와서 산모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라고 설명하면서, “조산사들은 그들의 일이 지역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가족들의 허락을 받아내곤 합니다. 그렇지만 매일같이 병원에 오기 위해 가족들과 실랑이를 벌일 수 밖에 없습니다.”고 토로했습니다.
조산사 하비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보수적인 사회규범과 여성에 대한 교육기회의 부족은 미르웨이 병원 조산사들의 활동에 여러가지 제약이 됩니다. 아프가니스탄 가정의 평균 가족 수는 8명입니다. 보수적인 문화의 가정에서 자란 여성들에게 가족구성원의 제한 혹은 가족계획과 같은 것들은 금지되어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여성이 남편에게 여러명의 아이를 낳아주어야한다는 사회적 기대와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전히 쉽게 목격됩니다. 남편과 가족 내 남성구성원들은 가족계획에 있어 가장 큰 방해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조산사들은 남편과 남성구성원들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을때, 스크린을 통해서 이들을 대상으로한 가족계획에 대한 교육자료를 제공합니다.
어떤 주제들은 예민한 문제가 됩니다: 하비비는 남편 혹은 남성가족 구성원에게 직접적으로 출산을 제한하는 가족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뿐더러, 조산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비비는 덧붙여 “만약 우리가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우리는 여성들에게 조심스럽게 따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후에 남편에게 이것을 전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가령, 건강상의 이유로 특정기간에는 남편과 함께 침실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조언하는 것 같은 내용이 이에 해당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는 환자가 남편에게 천천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위협이 존재하지만, 미르웨이 병원의 조산사들은 병원을 떠날 계획이 없습니다. 환자들이 그들을 필요로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2월, 미르웨이 병원에 땅거미가 질 무렵, 아지미가 새로 태어난 아이를 안고 분만 병동을 나옵니다. ‘그들의 새로운 가족이 아닐까’하는 기대감과 함께 밖에서 기다리던 남성과 아이들이 아기를 보기 위해 뛰어오릅니다.
아지미는 “수 많은 어머니와 아이들의 목숨이 우리 손에 달려있는 만큼, 조산사라는 직업은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그녀는 “여성들은 병원이 아주 멀리있음에도 이곳으로 옵니다. 왜냐하면 병원에서는 숙련된 조산사와 안전한 약품 및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들은 병원을 믿고, 우리를 믿습니다.”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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