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
필리파 슈미츠 귀노트 (Filipa Schmitz Guinote), ICRC 정책 전문관
에바 스보도바 (Eva Svodoba), ICRC 국제법 및 정책 부국장
가족 연계를 보호하고 실종 사건을 예방하며, 가능한 경우, 이를 해결하려면 무력 충돌 및 기타 폭력 상황뿐만 아니라 평시와 분쟁 후에도 조치가 필요합니다. 실종자의 가족을 통해 무력 충돌과 폭력이 개인, 사회구조 및 시민과 국가 간의 관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앙심인국 (Central Tracing Agency) 창설 150주년을 맞아 ICRC 국제법 및 정책 부국장 에바 스보도바 (Eva Svodoba)와 ICRC 정책 전문관 필리파 슈미츠 귀노트 (Filipa Schmitz Guinote)는 실종자 가족들이 겪는 경험을 통해 전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이야기하고, 전쟁과 평화, 신뢰, 포용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150년 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거세지자 스위스 바젤의 적십자 접수처에서 치료를 받던 양측 병사들은 가족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의 행방을 전해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습니다. 우편 서비스는 중단되었고 그들의 생사 여부가 가족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경우 가족들은 고통 속에 살아갈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및 이전에 발생한 솔페리노 전투에서의 앙리 뒤낭과 (뒤낭에게 부상당한 자신의 운명을 부모에게 전해달라고 간청하던) 클라우디우스 마제트 상병 간의 조우가 현재의 중앙심인국(Central Tracing Agency) 창설로 이어졌습니다. 중앙심인국은 ICRC의 임무 중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또한, 그 임무는 1949년 제네바 협약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국제적십자운동 규약(Statutes of the Red Cross and Red Crescent Movement)과 국제적십자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f the Red Cross and Red Crescent) 결의안에도 근거합니다. 중안심인국은 중립적인 기관으로, 사람들이 원하면 그들이 누군지에 관계없이 행방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보관하고,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는 독립체입니다.
ICRC의 중앙심인국과 전 세계의 적십자 및 적신월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력 충돌, 분쟁 및 재난 상황 중 실종되거나 좌초 또는 구금된 가족들과 다시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중앙심인국은 중립적인 중개자이자 전문기관으로서 당국의 노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종 사건을 예방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제도적 틀을 수립하는 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종자 및 실종 위험자에 대한 정보를 다루며, 사망자의 유해를 확인하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경험은 여러 면에서 우리를 각성하게 하고 겸손하게 만듭니다.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매우 강렬하지만, 종종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과 평화의 광범위한 역사를 구성하는 한 꼭지이기도 합니다. 여기 우리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세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이 경험은 전쟁에 대한 폭넓은 성찰과 평화를 향한 힘든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1. 실종자의 가족은 개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집단적 대의로 승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다양한 경험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해답을 찾아야 하는 필요성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옮겨지는 것입니다. 이는 가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의 정신적 상처를 기억하는 ‘목격자 세대’를 만듭니다. 한 실종자의 조카는 ICRC에게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족의 실종은 그 다음 세대에도 여전히 쓰라린 상처로 남습니다. 우리는 실종된 가족과의 개인적인 기억을 갖고 있으며, 이 아픔은 우리의 피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우리와 전 세대 간의 연결 고리 같은 것입니다”.
실종 사건은 한 가족을 넘어서 분쟁과 폭력의 영향을 받는 사회 집단 간의 관계 또한 형성합니다. 전 세계에서 ICRC 대표단은 실종된 가족으로 인한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과 낙인으로 인해 잃어버린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배우자가 수십 년간 실종되어 “기혼”도 “사별”도 아니게 된 여성들은 종종 친권이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혹은 가족이 실종된 이유와 실종된 사람이 전쟁 중 어느 ‘편’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의 눈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가족들이 고립되고 사회적으로 배제 받는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개인의 고통이 집단적인, 또는 공통의 대의로 변화하는 결속의 경우도 보았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스리랑카, 멕시코, 우간다, 네팔, 코소보까지 개인 대 개인 지원 단체(peer-to-peer support groups)는 가족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도와줬으며, 그들의 ‘모호한 손실’에 대처하면서 그들의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단체는 개인의 고통이 집단적 대의로 변하는 것의 예시일 수도 있습니다. 1998년 7월, 스레브레니차(Srebrenica) 실종자들의 아내들로 이루어진 단체는 3년 전 스레브레니차 대학살 희생자들의 시체가 실려 지나갔던 드리나 강(Drina river)이 지나는 도시, 고라즈데(Goražde)에 모였습니다. 이 기념일은 개인들을 집단적 유대관계로 끌어들였고, 그들이 지역사회와 사회에서 실종자들의 가족으로서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가족 단체들은 수색작업, 법률 개혁 과정 및 실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내의 제도적 틀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당국의 주요 이해 당사자입니다. 그들의 역할은 구성원 개개인의 경험을 초월하여 사회적 차원에서 한 국가가 과거 경험을 다루는 방식을 형성하게 됩니다.
2. 실종자의 가족은 신뢰를 (재)구축하는 데 필요한 포용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의 경험에서 집단의 기억으로 이르는 과정은 실종자의 가족들과 당국에 의해 개별적으로, 집단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결속이 되거나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종자 가족 단체의 역할은 우리에게 다양한 공동체의 특성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또한, 가족 단체는 갈등의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들 간에 대화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코소보와 키프로스 간 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그라지나 바라노크사 (Grazina Baranowksa)는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방을 밝히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 진영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가족들은 그 협력을 지지하곤 합니다’라고 시사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 A가 가족 B의 사라진 가족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등, 업무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서로가 겪는 고통을 상호적으로 이해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기도 합니다. 화해를 촉진하는 것보다, ‘상대편’을 인도화(humanize) 하는 단계가 신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때로 희생자들이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집단기억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적대적인 특성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갈등과 폭력이 종식된 이후에도 불만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역사적 기억에서 크고 작은 희생자 단체 간 발생하는 반감정, 때로는 경쟁이 무력 충돌과 폭력에 의해 영향을 받을 때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몇몇 국가와 기관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라크와 시리아같이 최근에 무력 충돌의 영향을 받은 다른 국가와 기관들에 앞으로 닥칠 큰 도전과제들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합니다.
평화를 어떻게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연구는 없지만, 수많은 무력 충돌이 배제와 관련한 불만과 고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당국이 실종자 가족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해결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차별 없이 포괄적으로 해결하는지에 따라, 더 넓은 불만의 틀 안에서의 어떤 방향이 불가피하게 정해집니다.
3. 실종자의 가족은 예방조치와 믿을 수 있는 기관이 시민-국가 간의 신뢰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열쇠임을 보여줍니다.
무력 충돌 후 신뢰를 구축하거나 회복하는 것은 종종 방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 다시 갈등이 불거질 경우 완전히 중단되거나 지연되기도 하는 어렵고 복잡한 긴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실향민, 구금자, 토지권, 차별, 배상, 정의 등 여러 불만과 문제의 해결을 요구합니다. 무력 충돌이 종식된 이후 단 하나의 이슈만으로 신뢰를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지만, 실종자 문제는 갈등을 종식시키고 평화 협정을 맺기 위한 정치적 과정에 등장해 왔습니다. 일부 예로,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의 데이턴 평화 협정, 코소보 분쟁에 대한 포괄적 제안서 (아티사리 계획-Ahtisaari Plan), 1991년 걸프전 이후 리야드 합의와 여러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또는 최근 콜롬비아 평화협정 등이 있습니다. 실종자 문제는 감비아, 페루, 남아프리카 공화국, 스리랑카와 같은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 과정의 특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평화의 기반이 되는지와 무관하게, 차별 없이 실종자 사건을 다루지 못하면 사회 내부의 불만을 영구화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이 남긴 상처가 가족과 공동체 전체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종자 문제는 실종 상황과 상관없이 당국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도 실종자의 생사 및 소재 파악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만이 할 수 있는, 국가의 적절한 법적, 제도적 틀이 필요합니다. 실종자 관련 정보가 수집, 분석 및 전송될 필요가 있으며, 가족이 실종된 상황에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체계가 필요하고, 유해 발굴 작업을 위한 허가와 법원 명령이 내려져야 합니다. 당국과 정치적 의지가 없다면 이러한 조치가 실행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력 충돌 발생 시 실종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있더라도 다른 당사자와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진전시키기는 쉽지만은 않습니다. 무력 충돌은 종종 양쪽 진영에 실종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고,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개인, 지역사회 및 당국과 협력하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실종 사건 해결을 위한 국가적·다자적 구조를 확립함으로써 무력 충돌의 양측 진영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당국 간의 대화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2474호 (2019년)에서 이러한 구조의 중요성과 역할 및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서로 다른 당사자가 참여하는 다자적 구조는 중립적인 중재자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ICRC가 그 임무의 일환으로 여러 차례 수행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중립적 중재자는 무력 충돌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지만, 실종자의 생사를 밝히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양측 진영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조가 지역사회 간, 혹은 지역사회와 당국 간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 반면,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일을 겪었는지 한 가족이 알게 될 때마다 하나의 중요한 필요와 기대가 충족됩니다. 특히 실종자의 가족이 이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될 경우, 추가적인 신뢰 약화와 당국에 대한 불만의 고착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종자의 소재를 확인하고 실종자 가족의 다른 요구에 대응하는 것은 동전의 한 면에 불과합니다. 다른 한 면은 예방입니다.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은 모두 실종사건의 예방과 그 운명을 규명하기 위한 관련 의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올바른 법적·제도적 체계를 마련하고 평시에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실종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체계는 다음 사항을 포함합니다: 국제 무력 충돌 시 국가정보국 및 영현 등록 업무, 사후 적절한 관리를 위한 의전 및 자유를 박탈 당한 모든 사람의 체계적인 등록과 그들의 가족과의 연락 촉진. 무력 충돌과 폭력 상황 중에 실종 사건을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하고 효과적인 법적, 제도적 체계를 갖추는 것 또한 정치적 의지의 중요한 신호이며, 시민-국가 간 신뢰를 보호하고 (재)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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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신뢰를 파괴하고 가족과 지역사회를 분열시킵니다. 또한, 전쟁을 겪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힙니다. 이러한 적대행위가 끝났다 하더라도, 그 고통은 계속됩니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가 보낸 편지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가족의 초조함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날의 방법과 도구는 중앙심인국이 창설된 첫날과는 크게 달라졌지만, 가족의 연계를 보존하고 재정립하며 실종사건에 대응해 온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여전히 발전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라고 가족들이 묻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당국, 분쟁 당사자, 지역사회 및 기타 모든 이해관계자가 실종자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 방법은 신속하고, 예방적이며 포괄적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지 실종자의 가족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이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사회의 이익을 위해 고충의 형성 및 고착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쟁이 종식되고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국가와 분쟁 당사자들이 실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은 많은 사회의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